‘이종섭 귀국-황상무 사퇴’ 싸고 윤-한 갈등 재점화

investing : 4·10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정권 심판론’이불 붙는 가운데,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종섭 주호주 대사 즉각 귀국과 ‘회칼 테러’ 발언을 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경질을 요구했지만 대통령실이 일축했다.

ai주식/주식ai : 한 위원장은 이 대사의 즉각 귀국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대통령실이 완강한 만큼 쉽게 태도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치권에선 윤석열-한동훈 갈등(윤-한 갈등) 2차전이 재점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후보들의 막말 파문에 이어 용산 대통령실발리스크가 총선 판세를 흔드는 모양새다.

수도권 위기론 부상한 여당

앞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전날(17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첫 중앙선거대책위원장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사의 귀국과 관련, “이 문제는 총선을 앞두고 정쟁을 해서 국민들께 피로감을 드릴 만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공수처가 즉각 소환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 시절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지난 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약 4시간 짧은 수사만 받고, 8일 출국금지 조처가 해제되자 이틀 만인 10일 호주로 출국했다. 정치권에선 공수처 수사가 ‘몸통’으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외로 도피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한 위원장은 기자들과 오찬에서 MBC 기자에게 1980년대 ‘정보사 회칼 테러 사건’을 거론해 파문을 일으킨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에 대해서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고,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취 결정’을 언급한 것은 황 수석의 자진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황 수석은 지난 14일기자들과의 오찬에서 MBC 기자에게 "MBC는 잘 들어라. 1988년에 정부 비판기사를 쓰던 기자가 정보사 요원들의 칼에 찔리는 테러를 당했다"며 비판 언론에 대해 협박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황 수석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두고 "배후가 있다고 의심이 생길 수 있다"고도 했다. 황 수석은 지난 16일 짧은 사과문을 냈지만, ‘5·18 망언’은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한 위원장이 이 대사의 즉각 귀국을 촉구하고 황 수석의 자진 사퇴를 촉구한 것은 ‘수도권 위기론’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정우택 의원의 ‘돈 봉투 수수 의혹’, 도태우 예비후보의 ‘5·18 망언’, 장예찬 예비후보의 ‘난교 예찬’, 조수연 예비후보의 ‘일제강점기 옹호’ 등 각종 설화로 수도권 표심 이탈이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12∼14일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0%로 지난주보다 15%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같은 기간 8%p 올라 32%를 기록했다. ‘정부 지원론’(여당 승리)도 서울에서 31%로 지난주 대비 11%p 떨어졌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리얼미터가 14~15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4%p 떨어진 37.9%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지난주(38.6%)보다 7.6%p 떨어진 31.0%를 기록했다. 보수층 지지율도 지난주 76.4%에서 9.7%p 떨어진 66.7% 기록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보수의 수도권 위기론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함운경(서울 마포을)·최원식(인천 계양갑) 후보 등 수도권에 출마하는 9명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고 “이종섭 대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의해 피고발인 조사를 받고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려진 바 있다”며 “그런데도 출국금지 해제 및 대사 부임이 강행된 점에 대해 적지 않은 국민이 우려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이번 사안은 정파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법치주의를 중시하는 대한민국 품격과 관련된 일이다.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국가 운영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사는 지체없이 자진 귀국해 공수처 수사에 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눈과 귀 닫은 용산 대통령실

이 대사 즉각 귀국과 황 수석 사퇴 요구가 여당 내에서 이어지고 있지만, 대통령실의 입장은 완고해보인다.

대통령실은 18일 입장문에서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은 인도-태평양지역에서 한·미·일·호주와의 안보협력과 호주에 대한 대규모 방산수출에 비추어 적임자를 발탁한 정당한 인사”라며 “검증 과정에서 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고, 공수처도 고발 이후 6개월간 소환 요청을 한번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한 위원장과 여당 내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대사는 대사 부임 출국 전 스스로 공수처를 찾아가 4시간 가량 조사를 받았고, 언제든 소환하면 귀국해서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이에 공수처도 다음 기일 조사가 준비되면 소환통보 하겠다고 했다”면서 “법무부에서만 출국금지 해제 결정을 받은 게 아니라 공수처에서도 출국 허락을 받고 호주로 부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그러면서 “이 대사는 공수처의 소환 요청에 언제든 즉각 응할 것이며, 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출입기자들과 오찬에서 MBC 기자에게 1980년대 ‘정보사 회칼 테러 사건’을 거론해 파문을 일으킨 황 수석에 대해서도 별도로 입장문을 내고 “우리 정부는 과거 정권들과 같이 정보기관을 동원해 언론인을 사찰하거나 국세청을 동원해 언론사 세무사찰을 벌인 적도 없고, 그럴 의사나 시스템도 없다”고 일축했다.

대통령실은 “특정 현안과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 본 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이라고 했다.

특히 대통령실의 황 수석 관련한 입장은 사실관계 자체도 어긋났다. 윤석열 정권 출범 첫 해인 2022년 10월 국세청은 MBC와 YTN 등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여 논란이 됐다.또 같은 해 대통령실은 ‘바이든-날리면’ 사태가 확산되자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을 불허해 취재를 막았다. 이같은 사실까지 왜곡한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실이 이처럼 사실관계가 틀린 주장을 펼치며 여당 요구를 일축한 것은 논란들에 대한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정면돌파하겠다는 계산으로 읽힌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의 각종 문제에 대해‘대통령의 무오류’를 강조해왔다. 윤 대통령 본인 역시 총선을 앞두고 부인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특검법을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일방통행으로 문제를 처리해왔다.

그러나 일방통행과 정면돌파로 수도권에 불 붙은‘정권 심판론’을 잠재우긴 어려워 보인다. 이 대사의 전날 KBS 뉴스9인터뷰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이 대사는인터뷰에서 “요청한다면 일정을 조율해서 언제든지 귀국해서 조사를 받겠지만, 그런 의사를 수차례 밝혔고, 하지만 공수처가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자진 출석한다고 해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며 즉각 귀국에 선을 그었다.

한동훈 “어제 밝힌 입장 그대로”

나경원·안철수도 소신 발언

정치권에선 한 위원장의 입장 발표에 대통령실이 즉각 반발하면서 2차 ‘윤-한 갈등’이 재점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지난 1월 김건희 씨 처리와 공천 문제를 두고 대통령과 한 차례 정면 충돌했던만큼 아직까진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그는 매일 통상적으로 해왔던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일명 ‘도어스테핑’)을 이날부터 갑자기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갈등은 표면화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는 이날 한 위원장이 중앙선대위 비공개회의에서 이 대사의 즉각 소환 및 귀국과 관련, “어제(17일) 밝힌 우리 입장은 그대로 간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회의 참석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대통령실의 반발에도 이 대사의 즉각 소환 및 귀국 입장 등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황 수석에 대한 입장도 전날과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여당 내에선 선거를 앞두고정부·여당이 각을 세우는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대통령실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특히 격전지 후보들의 반발이 크다. 이 대사 즉각 귀국과 황 수석 사퇴 문제가 ‘정권 심판론’을 계속 환기하는 만큼 수도권 중도층 표심 이탈을 막기 위해 빠른 정리가 필요하다는 게 수도권 후보들의 입장이다.

경기 분당갑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대사는) 현재 호주에 있더라도 수사가 필요하다고 요청을 받으면 언제든지 귀국해서 수사받겠다는 입장을 밝히라, 그리고 더 좋게는 빨리 귀국해서 수사받는 것이 좋다”며 “해임 문제도 나왔지만, 그 문제를 포함해서 그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을 후보로 나선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어제 한 위원장이 잘 이야기했다고 생각을 한다”이라며 “대통령실의 잘못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국민들이 느끼기엔 도피성 대사 임명으로 느낀다. 이런 부분에 대해선 본인이 들어와서 조사받는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게 맞다”고 말했다.

황 수석 사퇴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경기 하남갑에 출마한 친윤(친윤석열)계 핵심 이용 의원은 “한 비대위원장도 '본인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된다'고 얘기했으니, 황 수석도 좀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면서 “사과는 충분히 했는데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정리가 되겠지만 이슈가 계속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이분(황상무)은 공직자로서 자세가 돼 있지 않다"면서 "본인 스스로 거취를 대통령실에 맡기겠다, 반성하고 잘하겠다는 건 국정에 너무나도 심대한 부담을 주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오늘이라도 당장 사퇴하는 게 올바른 길"이라고 했다.

김 비대위원은 황 수석의 발언에 대해 "기함한다고 하나? 정말 놀랐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 혹은 언론사에 있어서 대단한 오점인 흑역사를 거론하면서 일종의 겁박하는 행위이지 않나. 대단히 부적절하다"면서 "공직자로서는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이고, 이 부분에 있어서 만큼 저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입장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장예찬무소속 출마

한편 ‘난교 예찬’ ‘서울·부산시민 폄훼’ ‘동물혐오’ ‘청년비하’ 등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문제가 돼 공천 취소됐던 국민의힘 장예찬 예비후보가무소속 출마로 가닥을 잡으면서 여당발 ‘막말’ 논란까지 재소환될 분위기다. 총체적인 난국이다.

장 예비후보는 이날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생명을 걸고 무소속 출마를 결단했다”면서 “국민의힘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가슴이 아프지만, 수영구민들과 함께 반드시 승리해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장 예비후보는 기자회견 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장 예비후보는 “20대 시절의 말실수가 부끄럽지만, 수영구 주민과 당원들의 선택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며 “수영구 주민들께서 저의 진심을 다 바친 사과와 반성을 받아주시고 방송과 공적 활동으로 달라진 모습,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렸던 30대의 장예찬을 믿어달라”고 했다.

그는 “온라인에서 쏟아지는 무분별한 의혹 제기와 인격 말살에 가까운 공격도 사실이 아니”라며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가장 앞장서 공격한 죄라면, 이준석 대표의 만행을 두고 보지 않고 싸웠던 죄라면 얼마든지 감내하겠지만, 서서 죽을지언정 무릎 꿇지 않겠다”고 했다.

여당에선 장 예비후보의 출마가 반가울 순 없다.여당 표 분산도 문제지만, ‘막말’ 논란으로 공천 취소한 후보가 다시 출마한 것도 난감한 지점이다. ‘막말’ 논란이 재소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장 후보 공천 취소 뒤, ‘일제 옹호’로 파문을 일으킨 조수연 예비후보(대전 서구갑)의 공천 취소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검사 출신인 조 후보는 2017년 8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제 식민 지배에 대해“백성들은 봉건적 조선 지배를 받는 것보다 일제 강점기에 더 살기 좋았을지 모른다”고 글을 쓴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그는 배우자와 함께 이종찬 광복회장에게 큰절을 하며 사죄했다.당에선 공천 유지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철수 위원장은 장 예비후보의 공천 취소가 결정되기 전이었던 지난 16일 오전 페이스북에 “고구마 줄기 나오듯 부적절한 막말과 일제 옹호논란의 주인공들인 장예찬, 조수연 후보를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결단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그는 황 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에 대해서도 “시대착오적인 시민사회수석에 대한 조치가 불가피하다”며 사퇴를 주장했다.

안 위원장이 각종 막말·망언 후보들의 공천 취소에 이어 이 대사의 귀국과 황 수석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은 여당발에 겹쳐 대통령실발 리스크가 수도권 선거 또는 전국 선거 판세에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나 조급증으로 읽힌다. 수도권의 ‘정권 심판론’에 경고등이 들어온 만큼 대통령실과 당 차원의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요구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위기 신호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 전통적으로 민주당 열세 지역이었던 분당갑 지역구은 초박빙 양상이다. 여론조사 꽃이 13~14일 만 18세 이상 5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전화면접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는 40.7%,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후보는 40.6%로 0.1%p 차로드러났다. 적극 투표층에선이광재 후보가 45.7%로 안철수 후보(42.7%)를 3%p의 격차로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3%포인트이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