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해설

주식 :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라고 들어보셨나요? 그럼 '의대 정원 확대'는요?의료 정책에 특별히 관심이 없는 이상, 아마 의대 정원 확대 소식이 더 친숙하게 들릴 겁니다. 실제로 후자가 뉴스에서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요.

ai주식/주식ai :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사실 정부가 추진 중인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일부입니다. 이 정책 패키지의 목표는 '필수과(기피과)에서 일하는 의사를 늘리는 것'과 '지방에서 일하는 의사를 늘리는 것'이죠. 그러니까 의대 정원 확대도 이 2가지 목표를 위해 추진되는 정책입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정부에서 내놓은 공식 문서는 이해가 어렵습니다. 적잖은 뉴스와 기사들은 의대 정원에만 포커스를 뒀거나, 정책 패키지의 단일 요소만을 짚고 있습니다. 이 모든 상황의 배경과 의미를 쉽게 해설하는 기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자 역할이 무엇이겠습니까? 알기 쉽게, 정확하게 사실을 알려드리는 겁니다. 그리고 오늘은 기자수첩을 쓰는 날이기 때문에, 고삐를 살짝 풀고 개인적인 견해까지 얹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의대 정원 이야기의 배경

최근 들어 생긴 신조어가 있습니다.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입니다. 환자를 누일 병상이 부족하거나 응급의료 인력이 부족해서 이 응급실, 저 응급실로 환자를 돌리는 현상이 응급실 뺑뺑이입니다. 또 동네에 소아과 의원이 부족한 바람에 아침 댓바람부터 아픈 아이를 데리고 소아과 의원에 줄을 서는 현상이 소아과 오픈런입니다.

비슷한 결의 현상은 더 있습니다.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전문의의 수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줄어든 만큼 환자들은 응급한 상황에 진료를 받지 못해 병세가 악화되거나 사망하고 있고요. 이러한 현상은 지방으로 갈수록 더 심각합니다.

여기서 2가지 문제의식이 나옵니다. 첫째, 특정한 진료과목(필수과 또는 기피과)에 의사가 부족합니다. 둘째, 지방에 의사가 모자랍니다. 그래서 정부가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묶어서 한 번에 시행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것이 바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입니다.

이 패키지 안에는 크게 4개의 정책이 들어 있습니다. ⓛ의료인력 확충 ②지역의료 강화 ③의료사고 안전망 ④공정 보상입니다. 여기서 1번인 의료인력 확충 정책 안에 의대 정원 확대가있습니다.

즉 의대 정원 이야기는 별도의 주제로 다룰 일이 아닙니다. 이 이야기는 애초에 정책 패키지의 일부고, 이 패키지가 등장한 배경에 필수과(기피과)ㆍ지방 의사 수 부족이란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를 물어보며 이 상황을 좇아야 합니다.

이제부터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4개 정책을 '기피과ㆍ지방 의사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가'라는 관점으로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의대 정원 확대'는 기피과ㆍ지방 의사 수를 늘릴까

언젠가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고, 그게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정부의 논리가 상당히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그 논리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면 의사의 수가 늘어난다.

②늘어난 의사들은 피부과ㆍ성형외과 등 소위 '돈 잘 버는' 인기과로 자연스레 몰린다. 혹은 수도권으로 몰린다.

③인기과와 수도권 내 경쟁이 격화되면 의료 서비스 가격 경쟁이 일어나고, 가격이 내려가면 인기과와 수도권 의원은 돈을 덜 벌게 된다.

④결국 인기과-기피과와 수도권-지방의 의사 소득 수준은 비슷해진다.

⑤어차피 버는 돈은 비슷하기 때문에 기피과와 지방으로 의사들이 진출하기 시작한다.

이런 논리구조도 있습니다.

①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면 의사의 수가 늘어난다.

②늘어난 의사들은 인기과 수련이나 수도권 개업을 시도한다.

③하지만 경쟁에 밀려서 인기과와 수도권 개업을 포기하고 기피과와 지방 개업을 선택한다.

이런 논리가 성립한다 쳐도, 우선 개업이 가능한 의사 한 명이 배출되는데에는 최소 10년이 걸립니다. 그 의사가 개업해 자리를 잡고, 경쟁을 시작하는데 수 년이 걸립니다. 그 경쟁이 의료 서비스 가격 인하로 이어지는데에도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가 이 정책의 수혜를 받으려면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 경쟁에서 밀린 의사들이 기피과와 지방으로 유입된다는 것도 석연치 않습니다. 날것의 표현을 쓰자면, 의사 입장에선 기피과가 '낙오 집단'이 되고 맙니다. 환자 입장에선 그런 인원들에게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되고요. 우리는 의료 서비스의 질적ㆍ양적 팽창을 원하는 것이지, 양적인 팽창만을 바라진 않습니다.

물론 정부도 이런 문제를 모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래에 마저 설명할 나머지 3개 정책에서 보강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그 보강책도 뒷맛이 영 씁쓸합니다.

'지역의료 강화'는 기피과ㆍ지방 의사 수를 늘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