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관 축소 논란 ‘또 하나의 약속’, 관객이 선택한 또 다른 변호인이 될 수 있을까?

백혈병에 걸린 삼성전자 노동자의 삶을 담은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조차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자본이 지배 권력이 된 세상에 대한민국 최고 부자라는 삼성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는 영화가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기적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들이 국민의 힘마저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백혈병으로 숨진 삼성 노동자의 삶, 진실을 막을 수는 없다

삼성전자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잇달아 백혈병에 걸린 문제는 심각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이라는 거대한 이름 앞에 이 문제를 노골적으로 제시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삼성 눈치 보기에 급급한 대한민국에 그들을 누를 수 있는 존재는 그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삼성을 누를 수 있는 유일한 힘은 결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이번 사태는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3년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 입사한 지 3년 만에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황유미 씨의 실제 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준비 단계에서부터 큰 화제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지배자를 자처하는 삼성 공화국에서 노동자가 숨진 사건은 결코 사회에서 화제가 되어서는 안 되는 문제였습니다. 당연하듯 이 문제는 사회 문제로 거론되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반도체라는 첨단산업의 이면엔 노동집약적 산업의 민낯이 있습니다. 삼성의 거대하고 화려한 로고 뒤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피땀을 흘렸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황유미 사건은 우리 사회에 삼성이라는 거대 자본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물론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통해 비열한 삼성 공화국의 내면을 그대로 보여준 적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폭로도 삼성을 바로잡지는 못했습니다. 국가 권력마저 하나가 되어 삼성을 지키는 상황에서 소수의 양심폭로는 큰 힘으로 작용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노동자의 죽음은 변호사의 고백과는 달리 보다 큰 힘으로 다가왔습니다.

삼성 반도체 산재 사건은 2007년 황유미 씨가 사망한 뒤, 아버지 황상기 씨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대한민국 최고라는 삼성전자에 입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웠던 그들이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던 삼성의 잔인한 현실은 그들이 선망했던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삼성 반도체 사건과 관련해 대책위인 ‘반올림’이 꾸려졌고, 피해자들의 사례를 수집해 지금까지 151명의 피해자가 접수됐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중 58명이 사망한 삼성 반도체 사건은 결코 쉽게 넘길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삼성 반도체 사건은 황유미 씨를 비롯한 5명이 행정소송을 진행해, 황유미 씨와 2인 1조로 근무했던 이숙영 씨 두 명이 2011년에 승소해 산재로 인정받았습니다.

수천만 원에서 시작해 수십억까지 내세우며 산재를 막으려는 삼성의 악랄함은 단순히 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조력자를 제외하고 황상기 씨만을 입회시킨 작업 환경 측정 조사는 황유미 씨가 근무하던 때와는 다른 작업환경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밝혀야 하는 언론은 철저하게 삼성의 편에 서 있었습니다.

국가권력과 언론은 모두 삼성의 편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의 편에 서야 하는 노동부가 반도체 공장에서 쓰는 화학물질 목록을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는 것 역시 황당함 그 이상이었습니다.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시 비호지킨 림프종과 백혈병이 본질적으로 같은 병이라는 사실도 무시한 채 백혈병과 무관하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정보와 권력을 독점한 재벌이 벌인 노동자 탄압의 끝에 죽음이라는 실체가 있음에도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노동자들의 연이은 사망과 질병을 방치하고 감추기에만 급급했습니다. 그 지독한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또 하나의 약속>은 그래서 중요한 영화입니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삼성공화국을 상대로 노동자가 승리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런 불가능에 도전해 일군 이 성과는 포기하지 않으면 진실은 결국 밝혀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일 것입니다. 그런 노동자와 가족들이 만들어낸 결과는 영화가 되어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메가박스가 영화 개봉을 이틀 앞두고 예매를 받던 상영관수를 15곳에서 이날 오후 3곳으로 줄였다. 관객 수요가 충분한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또 하나의 약속>을 배급하는 OAL은 메가박스가 일방적으로 상영관수를 축소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미 확보된 상영관마저 축소한 것은 외압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예매율 1위를 달리는 영화의 상영관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축소되는 경우는 실질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부산의 경우 이미 예매표까지 판매한 상황에서 갑자기 취소되어 예매한 관객들에게 관람표를 환불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왜 메가박스가 환불까지 하면서 <또 하나의 약속>의 상영관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지는 그들의 지배 구조에 삼성가인 중앙일보의 지분이 상당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같은 재벌가인 롯데는 전국 96개 극장 중 단 7곳에서만 상영을 합니다. 그들이 취하는 행동은 동업자 보호라기보다는 자신들의 민낯도 언젠가는 공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느끼는 불안함과 불편함의 발로일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형제의 난이라고 불리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CJ의 CGV가 전국 45곳의 상영관을 확보했다는 사실입니다.

투자도 받지 못해 제작두레를 통해 힘들게 만든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우리 사회 재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영화입니다. 수많은 악재가 지배하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약속>이 과연 <변호인>의 뒤를 이어 국민의 힘을 보여주는 영화가 될지 궁금해집니다.

‘세상은 영화로 표현되고 영화는 세상을 이야기 한다. 그 영화 속 세상 이야기. 세상은 곧 영화가 될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영화에 내재되어 있는 우리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소통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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