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소외된 목소리 대변 게을리하지 않겠다”

주식 : 개신교계 독립언론 뉴스앤조이 새 대표로 지난 11일 뉴스앤조이 기자 출신 이용필씨가취임했다. 2012년 7월 뉴스앤조이에 입사해 취재기자 8년, 편집국장 3년을 지냈고 지난해강도현전 대표의 빈자리를 대신해 대표직무대행을 맡다가 올해 정식 대표가 됐다. 흔히 기자가 취재원들의 정보와 시간을 빌어와 먹고산다면 언론사 대표는 타인의 돈을 끌어와야 하는, 전혀 다른 업무 영역으로의 ‘전직(轉職)’이다.

재원 : 뉴스앤조이는 성차별 관행, 특히 성소수자 혐오가 대세로 자리잡은 보수적인 교계에서 유일하게 성평등 목소리를 담는 언론이다. 한국 주류 개신교계의 퀴어문화 축제 방해 역사를 다룬 ‘퀴어 문화 축제 방해 잔혹사’ 기획 보도로 지난 14일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지난해 7월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여성에게 목사 자격을 주지 않는 교단들을 주제로 한 ‘비하인드 스토리- 여성안수 투쟁사’로 앰네스티 언론상을 받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앤조이 사무실에서 이용필 신임 대표를 만났다. 그는 “대표보다 직원들이 임금을 더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며 뉴스앤조이 후원자 확대는 물론 “앞으로 제2의, 제3의 뉴스앤조이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표를 맡은 소감과 비전, 교계 현안, 일부 목사들의 정당 활동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재구성했다.

-대표를 맡기로 한 이유는?

“11년간 뉴스앤조이에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보람과 재미, 성취감을 많이 느꼈다.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내가 역할을 감당해야 할 상황이 온 것 같으니 개신교 용어로 하면 ‘헌신’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싶어 맡았다.”

-대표가 되면 뭘 하고 싶나?

“강도현대표가 잘했던 게 사람을 키운 일이다. 예전에는 뉴스앤조이 입사하면 기자나 직원이나 3년을 못 버텼다. 박봉에 힘들어서 오래 일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는데 강 대표가 오면서 근속연수가 늘어 지금 구권효 기자가 10년, 최승현 편집장이 9년 정도 됐다. 지금 같이 일 잘하는 기자와 직원이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이어가고 싶다. 임금도 상승시켜 20년, 30년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사실 기자·직원들이 대표보다 임금을 더 받도록 하고 싶다. 지금도 큰 차이는 안 나지만.”

-오래 일할 수 있는 회사를 어떻게 만들었나?

“전임 대표는 온화한 리더십이다. 언론인 출신이 아니었는데 닦달하는 것도 없었고 합리적이었다. 편집권 독립은 말할 것도 없고. 기자들이 뭘 하고 싶은데 돈이 들어가면 ‘일단 해보자’며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오히려 기자들이 눈치봐도 ‘괜찮다’고 해줬다. 그래서 여러 실험을 해볼 수 있었다. 열심히 데일리 기사를 낼 때도 있었고, 흐름을 끊고 호흡이 긴 기획 위주로 가보기도 했다. 데일리 기사 많이 쓸 때는 CBS나 국민일보보다도 더 많이 기사를 생산했다. 그 결과 기획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 거다. 이제는 굵직한 기획 서너개를 내놓고 있고, 그러다 보니 외부에서도 좋게 평가를 해주더라.”

-최근 보도 중에는 2013년부터 10년간의 목회자 성범죄 판결문을 입수해 283건의 성폭력 사건을 취재한 기획 ‘거룩한 범죄자들’이 가장 인상 깊었다. 지난해 12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주는 양성평등 미디어상 우수상과 한국기독언론인연합회가 주는 한국기독언론대상 사회정의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데이터 저널리즘에 관심있는 최승현 기자(현 편집국장)가 주도했다. 당시 내가 편집국장이었지만 최 기자가 팀장을 맡고 나도 해남 광주 진해 등에 취재를 갔다. 기자들이 전국을 돌면서 성범죄를 저지르고 아무 일 없이 사는 목사들을찾아가 입장 듣고 상위기관(교단)에 찾아 징계했는지 물어봤다. 예전 같으면 성폭력 사건을 개별 사안으로 처리하고 말았을 텐데 전체를 모아서 보니까 구조적 문제가 발견됐다. 교단이 방관하고 있었고 성범죄를 저지른 이가 목사가 돼도 검증할 수 있는 길이 없었다. 심지어 알고도 식구라면서 범죄를 감싸준 악습이 있었다. 결국 구조적 문제라는 게 취재로 드러났다.”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하지 않고 전도사만 하도록 한 문제는 시대착오적이다. 어떤 교단이 여성 안수를 하지 않고 있나?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합동과 예장고신이 대표적이다. 성경에서 ‘여성은 잠잠하라’는 구절을 근거로 한다. ‘비하인드 스토리- 여성안수 투쟁사’ 기획 기사에서는 90년 이상의 역사를 되짚어봤다. 개신교가 조선 땅에 들어왔을 때부터 여성안수 투쟁이 있었다. 각 교단의 자료들로 투쟁에 힘쓴 사람들을 보여줬고 기사를 묶어 책으로도 냈다.”

-기획은 제안한 기자가 리더 역할을 맡고 선후배 상관없이 기자들이 같이 합류하는 분위기인가?

“그렇다. 해당 기획을 가장 많이 준비하고 이해가 있는 사람이 직책과 관계없이 팀장을 맡고 다른 기자들이 지원해준다. 어차피 기자가 5명이라 사람도 적은데 같이 취재하면 좋지 않나.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다.”

-뉴스앤조이가 사실상 교계 유일한 독립언론이라 제보도 많이 올 거고, 기자 수가 적으면 기자당 담당 분야도 넓을 텐데. 다양한 이슈를 다루지 않고 장기기획·탐사보도를 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선택과 집중, 어떻게 가능했나?

“선택과 집중은 생각보다 힘들다. 아주 오랫동안 논의해왔던 문제다. 독자들, 후원자들을 본 결과다. 기사를 적게 써도 후원이 떨어지지 않았고 퀄리티 있는 기사를 써야 후원이 들어왔다. 그래서 우리가 더 유의미한 기사를 쓰자고 결정했다.”

-내부의 지시가 아니라 독자 반응을 보고 조직 전체가설득된 건가.

“그렇다. 만약 기사 수가 적을 때 독자들이 떠나고 후원이 떨어지면 우리가 기사량을 늘렸을 거다. 독자들은 심층기사를 원했다. 그래서 지금의 편집국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독자들과 자주 소통하나?

“분기에 한번씩 연락을 한다. 건의사항을 받는데 다양한 피드백이 온다. 교회에서 목사들이 설교하면서 정치적인 얘기를 너무 많이하는데 안 했으면 좋겠다, 비판해달라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다.”

-후원자는 몇 명인가?

“1650여명이다. 지금 위기 상황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300여명이 빠져나갔다. 상근직원 9명(기자 5명, 행정직원 3명, 대표 1명)을 유지하려면 후원회원 2000명은 돼야 한다. ‘교계에도 뉴스앤조이 같은 매체는 하나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적극적으로 어필할 생각이다. 성소수자 등 이슈에서 열려 있으니,일부 보수 교단에서 ‘반기독교 언론’이라고 해서오해받기도 하는데 뉴스앤조이 누리집에 들어와보면 된다. 저널리즘 가치를 추구하고 진실을 알리려는 매체가 교계에도 있구나 알게 될 거다. 교회 안에서 소외된 사람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게을리하지 않고 건강한 교회로 개혁하는 일에 주저하지 않겠다.”

-교계 현안에 대해 몇 가지 묻겠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에서 성소수자에게 축복기도를 한 이동환 목사를 출교한 사건이 교계 밖에서도 관심이 높다. 출교는 이례적인 조치인데.

“감리교신학대 변선환 학장이 종교 다원주의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출교(1992년)당한 이후 30년 만에 축복기도를 이유로 출교 사태다. 기독교의 가르침은 사랑인데출교는 목사에게 사형과 같다. 교정시설에 가서 목회하는 분들도 있는데 사람 죽인 사형수에게도 축복기도 한다. 성소수자는 남을 해한 적도 없고 퀴어 축제는 자신의 정체성을 하루 드러내 자유를 만끽하는 날이지 않나.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받는 이유다.”

-교인 수가 줄어들면서 내부 결속을 위해 이슬람과 성소수자를 공격한다는 진단은오래 전부터 나왔지만 출교사태까지 벌어졌다. 교회가 더 극단화되는 것 아닌가.

“극단적으로 가고 대화를 하지 않으려 한다. 이동환 목사 상소심 재판에서 김승섭 서울대 교수가 출석해 ‘동성애는 전환치료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왜 의학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설명했지만 전문가 의견도 듣지 않는다. 교계의 폐쇄적 태도는 시급한 개혁과제다. 우리끼리만 잘 믿고 잘 살겠다는 교회는 있을 필요가 없다. 대구 이슬람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문제만 봐도 조금만 다르면 나가라는 식이다. 교회는 열린 마음, 포용력이 필요하다.”

-교단지 기독교타임즈가 노조 만든 이후 부당해고와 편집권 침해 논란 등이 있었고 결국 폐간됐는데 공교롭게 감리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언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교단지를 언제든지 없애도 되는 기관으로 보고 있다. 자신들의 역사를 기록한 매체인데 그 역사를 폐간했다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앞으로 역사를 누가 써내려가겠나.”

-다른 교단에서도 교단지가 비판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교단지들이 잘 했으면 뉴스앤조이가 나오지 않았을 거다. 교단에서 주는 돈으로 운영되다 보니 비판·감시보다는 홍보·선전 위주로 가고 있다. 비판 기사를 쓰더라도 리더십이 바뀔 때마다 교단정치 싸움에 휘말린다. 교단지 기자들이 자신들은 쓸 수 없다면서 자신들 교단 소식을 뉴스앤조이에 제보하기도 한다.”

-뉴스앤조이도 교단지 출신 기자들이 만들지 않았나.

“2000년 8월에 출발했다. 예장합동 교단지 기독신문에서 나온 30대 기자 4명이 사비를 털어서 뉴스앤조이를 만들었다. 인터넷이 막 보급되기 시작할 때였는데 처음엔 지면도 발행했다. 그게 씨앗이 돼 24년간 이어졌다. 그 4명은 지금은 다 퇴사했다.”

-전광훈 목사가 고문으로 있는 자유통일당 당대표가 장경동 목사다. 목사들이 기독당 등의 이름으로 꾸준히 선거에 후보를 내다가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3% 넘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목사의 정치 참여에 대해 어떻게 보나?

“기본적으로 목사는 목회에 집중하고 정치는 정치인들에게 맡기는 게 좋다고 본다. 전광훈 목사는 주사파 세력이 점령하는 걸 막겠다고 하는데 신앙과 이데올로기를 융합해 변종을 만들어 선동하는 건 사회적 폐해다. 목사의 정치 참여는 정말 신중해야 하고 그에 걸맞는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목사들의 극우를 표방한 정치참여는 교회에서나 사회적으로나 에너지 낭비다. 기독교인들만을 위한 폐쇄적인 정치를 주장하는데 이런 목소리가 국회에 진입하는 건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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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떤 기획기사를 준비하고 있나?

“한국교회가 생육 번영하라는 성경 말씀을 도태로 저출생을 극복하자고 하는데 타당한지 살펴보려고 한다. 왜 젊은 사람들이 출산과 결혼을 기피하는지 이해가 부족하다. 무조건 낳자는 식의 압박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초저리나 무상으로 집을 제공하는 등 각종 인프라가 왜 필요한지 따져보고 저출생 관련 예산이 교계로도 오는데 이런 것도 감시해보려 한다. 다른 기획으로는 교회에 이동 약자들이 접근하기 용이한지 무지개신학교(장신대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주장하다 징계당한 신학생들이 만든 단체)에서 조사를 했는데 우리와 협업하기로 했다.”